박찬욱 감독의 <헤어질 결심(Decision to Leave, 2022)>은 단순한 로맨스나 미스터리 영화가 아닙니다. 이 작품은 인간의 심리를 깊이 탐구하며, 욕망, 도덕적 갈등, 애착, 애증, 강박적 성향 등 다양한 심리적 요소를 조명합니다.
특히, 영화 속 해준(박해일)과 서래(탕웨이)의 관계는 표면적으로는 탐정과 용의자의 관계지만,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애착 이론(Attachment Theory), 자기 파괴적 사랑, 강박적 성격(OCD), 도덕적 딜레마 등이 얽혀 있습니다.
이번 글에서는 심리학적 관점에서 <헤어질 결심>을 분석하며, 등장인물들의 심리 상태와 영화가 전달하는 깊은 메시지를 탐구해보겠습니다.
1. 애착 이론(Attachment Theory)과 관계의 형성
애착 이론(Attachment Theory)은 인간이 유년기 경험을 바탕으로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방식을 설명하는 심리학 이론입니다. 존 볼비(John Bowlby)와 메리 에인스워스(Mary Ainsworth)가 제안한 이 이론은 안정형, 회피형, 불안형 애착 유형으로 나뉘며, <헤어질 결심> 속 두 주인공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.
① 장해준(박해일): 회피형 애착(Attachment Avoidance)
장해준은 경찰로서 뛰어난 직업윤리를 가지고 있으며,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입니다. 그러나 그의 심리적 특성을 분석해보면, 그는 회피형 애착 유형을 보입니다.
- 영화 초반, 그는 자신의 아내와 거리감이 있는 모습을 보이며 감정적으로 단절되어 있습니다.
- 타인과 깊이 연결되는 것을 피하고, 감정을 억제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.
- 그러나 서래를 만나면서 점차 자신의 감정에 휘말리게 되고,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져듭니다.
회피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보통 감정을 억누르지만, 특정한 사람과 강하게 연결될 경우 그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.
② 송서래(탕웨이): 불안형 애착(Attachment Anxiety)
송서래는 남편의 죽음 이후 경찰 수사 대상이 되지만, 두려움보다는 해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모습을 보입니다.
- 그녀는 유년기부터 불안정한 환경에서 성장한 것으로 보이며, 이는 불안형 애착(Attachment Anxiety)을 형성하는 주요 요인입니다.
- 불안형 애착을 가진 사람들은 타인의 관심과 사랑을 갈망하면서도, 동시에 관계 속에서 강한 불안감을 느낍니다.
- 서래는 해준을 유혹하지만, 한편으로는 그가 떠날까 두려워하며 자신의 감정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하려 합니다.
이러한 애착의 불균형은 영화 속에서 두 사람 사이의 복잡한 감정선과 서스펜스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.
2. 강박적 성격(OCD)과 도덕적 갈등
① 장해준의 강박적 성격(OCD, Obsessive-Compulsive Disorder)
장해준은 직업적으로 뛰어난 형사이지만, 그 내면에는 강박적 성향이 존재합니다.
- 그는 사건을 완벽하게 해결해야 하며, 논리적으로 모든 퍼즐을 맞춰야 하는 완벽주의적 성향을 보입니다.
- 수면 장애가 있으며, 이는 그의 심리적 불안과 통제 욕구를 반영하는 요소입니다.
- 서래에 대한 감정 역시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, 그녀를 끝까지 파헤쳐야만 하는 집착적 성향으로 발전합니다.
② 도덕적 갈등: 법과 사랑 사이의 모순
해준은 형사로서 법과 정의를 수호해야 하지만, 동시에 서래를 향한 감정을 억누르지 못합니다.
- 경찰로서 그는 그녀를 의심해야 하지만, 동시에 보호하고 싶은 욕망을 느낍니다.
- 서래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, 그녀를 체포하지 않고 묵인합니다.
이는 심리학적으로 인지 부조화(Cognitive Dissonance)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. 즉, 자신의 신념과 행동이 충돌할 때, 이를 합리화하거나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. 이러한 도덕적 갈등은 영화의 긴장감을 극대화하며, 선과 악이 명확히 나뉘지 않는 인간 심리의 복잡성을 보여줍니다.
3. 자기 파괴적 사랑(Self-Destructive Love)
① 송서래의 자기 파괴적 사랑
서래는 사랑을 소유하려는 방식이 아니라, 파괴하는 방식으로 표현합니다.
- 그녀는 해준이 자신을 떠날까 두려워하면서도, 동시에 그를 시험하는 행동을 반복합니다.
-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가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선택을 하는 것은, 그녀의 사랑이 결국 파멸적 결말로 이어진다는 것을 암시합니다.
심리학적으로 이는 자기 파괴적 성향(Self-Destructive Behavior)으로 볼 수 있으며, 이는 과거의 상처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.
② 해준의 집착적 사랑(Obsessive Love)
해준 역시 서래에게 집착하며, 그녀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그녀를 감싸줍니다.
- 이는 강박적 사랑(Obsessive Love Disorder, OLD)의 특징을 보이며,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하고 싶어 하는 강한 욕망을 반영합니다.
- 그러나 이 사랑은 건강한 관계로 발전하지 못하고, 끝내 파국으로 치닫습니다.
4. 결론: <헤어질 결심>이 보여주는 인간 심리의 복합성
<헤어질 결심>은 단순한 멜로 영화가 아니라, 인간 심리의 어두운 면과 복합적인 감정을 탐구하는 작품입니다.
- 애착 이론을 통한 관계 분석: 해준(회피형 애착)과 서래(불안형 애착)의 조합은 불안정한 관계를 형성하며, 서로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지만 끝내 파멸로 치닫습니다.
- 강박적 성격과 도덕적 갈등: 해준은 경찰로서 윤리를 지키려 하지만, 서래를 보호하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갈등합니다.
- 자기 파괴적 사랑과 집착적 사랑: 서래는 사랑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, 파괴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유지합니다. 해준은 그녀를 이해하려 하지만, 결국 자신도 그녀의 심리적 늪에 빠져